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정청래 대표(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6일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차명거래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탈당 하루 만에 최고 수위 징계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성난 주식 투자자의 여론 악화를 막는 동시에 이 의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고 민생·개혁 과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이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제명한 근거는 당규 제18·19조에 있다.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징계 혐의자가 탈당할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고,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당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이 의원 탈당만으로는 사태 종결에 이를 수 없다는 당의 판단이 제명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탈당은 '꼬리 자르기'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 제기되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탈당 같은 꼬리 자르기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칠승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은 차명거래가 아니라고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탈당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등 사실관계를 파헤치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고 너무나 부끄러운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일"이라며 "이 의원의 탈당이 '꼬리 끊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투표하는 이춘석 의원(사진 연합뉴스)
'꼬리 자르기' 비판 차단에 더해 자본시장 관련 세제 정책에 민감한 여론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주식 차명거래와 같이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안을 담은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당 의원의 차명 거래 의혹은 돌발 악재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주식 시장 내 불공정 거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던 터라 이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민주당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됐다.
당장 이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이 의원의 의혹을 엄중히 인식한다며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는 메시지를 냈다.
정 대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대로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 의혹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제명으로 일단락되기를 기대하며 민생·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이 내려놓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에 곧바로 6선의 추미애 의원을 내정한 것도 이번 의혹을 서둘러 진화하고 개혁 동력을 이어가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을 보여준 상징적 단면이라는 평가다.
이 의원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인해 국정 초반 검찰개혁 등 각종 입법에 불똥이 튀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새 법사위원장은 추미애 의원"이라며 "강력한 의지, 검증된 능력을 믿는다. 검찰개혁, 함께 완성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