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운전대 한번 안잡아보고.. "1주일이면 면허 딴다"
실제 차량에서 운전대 한 번 잡아보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연습한 뒤 시험장에 내보내는 실내운전면허연습장이 성업 중이다. 처음 배우는 단계부터 정식으로 교육받지 않고,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운전을 접하다 보니 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떨어져 난폭운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20일부터 불법 운전면허 학원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실내운전연습장은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운전학원에 해당하지 않아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남구의 실내운전면허연습장을 둘러보니 수강생 4명이 오락실 게임기 같은 운전 시뮬레이터에 앉아 연습 중이었다. 강사 2명이 자리를 옮겨가며 수강생들을 지도하지만, 1대1 강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수강생은 핸들 옆에 올려둔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동차 게임’을 하듯 편한 자세로 연습했다. 서대문구의 다른 실내운전연습장에서는 수강생이 급회전, 과속을 일삼고 있었다.
실내운전연습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2종 보통 면허 수강료는 22만∼25만 원인 반면, 정식 운전학원의 평균 수강료는 월 60만∼80만 원이다. 실내운전연습장 관계자는 “최근 도로 주행시험을 보는 도로와 건물을 똑같이 재현한 프로그램을 깔아놨기 때문에, 시뮬레이터 연습으로 일주일이면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내운전연습장에서 배우고 시험장에 나가 본 사람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대학원생 신모(여·26) 씨는 “시뮬레이터로 연습할 때는 생각해보지 못한 돌발 변수들이 실제 주행시험에 계속 발생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결국 신 씨는 아버지에게 운전을 다시 배워 면허를 땄다. 회사원 강모(35) 씨는 “이렇게 허술하게 연습해 면허를 따도 되나 싶어서, 진짜 자동차로 교습하는 학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부터 8월 26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불법 운전 교육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내운전연습장은 ‘운전학원’이 아니라 등록할 필요도 없고, 당연히 단속도 당하지 않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제 차량과 시뮬레이터는 완전히 다르다”며 “장난이나 게임 하듯이 운전을 배우면 보복·난폭운전을 일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4∼5월 2개월 동안 난폭·보복운전 신고는 모두 3562건으로, 하루 평균 58.4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경찰은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3844건의 신고를 접수했는데, 이후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은 셈이다. 난폭·보복운전 피해가 잇따르자 경찰은 ‘분노 운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제작, 지난 10일부터 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