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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복귀 시한' 임박 긴장 고조…정부, 의협 전현직 간부 '첫 고발'

'29일'까지 이틀 남아…정부, 의료사고특례법 '회유책'으로 복귀 설득'마지노선' 앞두고도 사직자 안 줄어…복지차관 "일부 병원 전공의 꽤 복귀"의료현장은 '악화일로'…호흡곤란 신생아 병원 찾아 3시간윤 대통령 "의료개혁, 협상·타협 대상 아냐"…서울의대 학장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정부가 오는 29일까지로 제시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을 이틀 앞두고 2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의료대란 국면에서 의사들을 고발한 첫 사례로,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 온 '원칙 대응'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날 의료사고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겠다며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되돌리기 위해 강경책과 회유책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이들이 의료 현장에 돌아오는 움직임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불편이 고조되고 있다. 남은 의료진도, 환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 의협 집행부 고발, 사법 대응 '신호탄'…"의료사고 기소면제 신속 추진"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의 업무방해와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경찰에 의협 전현직 집행부를 무더기로 고발했다.고발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의협 집행부에 대한 고발에 나선 것은 그동안 강조했던 사법적인 '원칙 대응'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경찰은 복지부가 고발을 하면 정식 수사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전체 사안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날 오는 29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요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천909명이었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천939명으로 확인됐다.


복귀 시한을 제시하며 최후통첩을 했지만, 전공의들이 바로 반응을 하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복귀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통계 확인이 쉽지 않다"면서도 "일부 병원별로는 꽤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요구했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하고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을 밝혔다. 


 

법안은 모든 의료인을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환자 동의와 의학적 판단 근거가 있을 경우, 의료분쟁 조정·중재에 참여할 경우에 한해 의료사고에 대힌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미용과 성형도 포함해 모든 의료 분야에 대해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며, 필수의료의 경우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형을 감면해주는 등 기존 법안에는 없던 내용까지 담았다. 


복지부는 29일 공청회를 열어 법안을 소개하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적극 독려할 계획인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날도 흔들림 없이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의료개혁에 대해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사들이 '강대강 대치'를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를 중심으로 중재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전공의들과 만나 얘기를 나눈 데 이어, 이날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의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정기총회를 열고 의대생과 정부 사이에서 학장들이 할 역할을 모색했다.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서는 같은 의료계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대 의대 학위수여식에서 김정은 학장은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반면 이웅희 동창회 부회장은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가) 깊은 혼돈에 빠졌다"고 정부를 비판했고, 졸업생 대표 주모씨는 "의료계가 갑작스럽고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 속에 있다"고 한탄했다. ◇ 커지기만 하는 '의료공백'…주요병원 진료·입원·수술 '반토막'
전공의가 진료 현장을 떠난 지 일주일을 넘으면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번 아웃(탈진)'과 환자들의 한숨은 함께 커지고 있다. 
주요 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50% 상당 연기·축소하며 대응하고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급하지 않은 수술과 외래는 모두 뒤로 미루고, 응급·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 치료 등이 밀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들로 메우며 버티는 중인데, 이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환자 관리,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다 보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병원에서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데다, 내달부터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들마저 대부분 임용을 포기한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50%가량 줄어들었다. 
복지부는 다만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량 감소 폭이 2.5%로 미미한 점을 감안하면 중증 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아직까지는 있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의 인식과 달리 의료 현장의 혼란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5일 경남 창원시에서는 이달 초 태어난 영아가 호흡곤란과 청색증 등 위급 증세를 보여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대형병원 5곳이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이송을 거절해 3시간 만에 60㎞ 떨어진 진주의 경상국립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울산대병원 등 여러 병원에서는 의사를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학교 1학년 자녀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한 어머니는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급하게 왔는데 소아 전문의가 없다고 다른 병원에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수일째 대소변을 보지 못해 홀로 응급실을 방문한 70대 환자도 "심각한 병일까 걱정이 돼 울주군에서 왔는데, 진료를 보려면 오래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대병원은 진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응급실 단기병동과 암 단기병동에 있던 환자를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진행 중이다. 전반적인 수술이 축소되면서 신규 입원 환자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지난 19일 이후 전날 오후 6시까지 모두 278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이 중에서는 수술 지연이 2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 취소 29건, 진료 거절 28건, 입원 지연 14건 순이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들뿐 아니라 의사들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는 간호사 등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가 빠진 의료공백 상태에서 병원은 의사 업무를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어, 의료사고 위험성이 예상될 수 있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북대병원의 15년 차 간호사는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다 보니 업무 일부를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대신 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공의를 대신하는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날부터 의료기관의 장이 간호사 수행 업무 범위를 내부 위원회 구성이나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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