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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반전에 반전'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재판 회부

'뉴스1 제보로 진실 드러나' 엄중 처벌 방침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진실이 마침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광주지검은 8일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무기수 김모(39)씨를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뉴스1이 단독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이후 15년 넘게 묻혀 있던 진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원점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해 최근까지 약 9개월간의 재수사를 벌인 결과, 유력 용의자가 부인하기 힘든 새로운 증거를 보강했다며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용의자 김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살인)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과연 김씨가 범인일까. 경찰과 검찰의 재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살펴봤다.

◇ 15년 전 그 날의 기록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15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 4일 오후 3시께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광주 모 여고에 다니던 박모양(당시 17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양은 성폭행을 당한 채 벌거벗겨져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박양이 사건 발생 전날 밤 11시30분께 두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A씨(당시 17세)가 유일한 목격자였다.

광주에 살던 박양이 어떤 경로로 연고도 없는 나주에 가게 됐는지에서부터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한달이상 수사를 진행했지만 도무지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며 "게다가 당시는 기술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기억했다.

DNA의 발견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11년이 지난 2012년 9월 무렵 전환점을 맞게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있던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용의자는 현재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씨로 확인됐다. 게다가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서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4년 10월 검찰이 김씨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건은 또 다시 반전을 맞는다.

박양의 몸에서 나온 김씨의 DNA가 살인의 직접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 불기소 처분의 이유였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박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A군이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점과 김씨가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의 단독 보도 그리고 경찰의 재수사

이 사건은 검찰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고생의 몸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뉴스1의 단독 보도<2월18일자>가 나오면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된다.

지난해 나주경찰서로 부임한 김상수 수사과장이 또 다시 미제 사건이 된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사건은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시 한번 조명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뉴스1에 이 사실을 제보한 이는 당시 KOVA-한국피해자지원협회 소속 국장급 인물로 나중에 드러났다.

◇경찰, 추가증거 확보

'용의자를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 속에 경찰은 결국 지난해 10월 김씨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 사건을 검찰로 재송치했다.

재수사 결과, 이전에는 간과됐던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드러났다.

김씨는 2004년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김씨는 당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전당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두 명의 남성을 살해한 후 이들의 옷을 모두 벗긴 채 시신은 그대로 두고 옷만 인근 야산에 파묻었다.

드들강 사건의 피해자 역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운 흔치 않은 범행 수법이다.

경찰은 A양의 주검에 하혈이 있는 것과 구타 흔적을 발견했다. 또 사건 발생 사흘 전 피해자가 쓴 일기장에서 '매직'이라고 적힌 메모를 확인했다. 매직이라는 말은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생리의 은어다.

경찰은 "범행 이전에 성관계를 했다면 당시 생리중이던 박양의 중요부위에 DNA가 남아 있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김씨를 반박했다.

생리 중인 여고생, 구타 당한 흔적, 사체에 남아있던 DNA. 빠져나가기 힘든 정황증거다.

◇'검사동일체 원칙' 뒤집고 기소결정…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다시 재수사해 기소한 것은 '검사동일체의 원칙(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조직체의 일원으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직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상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초 결정을 뒤집고 기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내세운 핵심 근거는 원로 법의학자의 재감정 결과다.

서울대 의대 이정빈 법의학과 교수는 김씨의 체액, 박양의 혈흔 검출 과정 및 검출 부위,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한 직후 살해된 것으로 보아야한다"는 취지의 감정서를 작성했다.

박양의 몸에서는 김씨의 DNA이외에 다른 DNA는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씨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복역 중인 목포 교도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새로운 증거도 확보했다.

김씨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찍은 박양의 숨진 날짜가 명기된 사진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이는 박양을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전혀 없다는 기존의 진술과 상당히 모순된다.

검찰은 김씨가 범행을 은폐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이 사진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도소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 쟁점은

재판이 시작되면 박양의 몸에서 발견된 김씨의 DNA가 살인의 증거로 될 수 있느냐가 주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살인사건에서 직접 증거는 흉기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증인 등을 뜻하는데 워낙 오래된 사건이라 정황(간접)증거 이외에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양의 중요부위에서 나온 김씨의 DNA는 성폭행의 직접 증거는 될 수 있지만, 살인사건에서는 정황증거에 불과하다.

물론 '시신없는 살인사건'으로 화제를 모은 '화성 육절기 살인사건'에서 법원은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과연 이번에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인 김씨는 재판 결과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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