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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눈마중 들겨울달

 

11월을 부르는 이름이 여럿 있다.

‘눈 마중달’이 있다. 첫눈을 반갑게 맞는 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는 달이라는 ‘들겨울달’이라는 정겨운 이름도 있다. 미국 인디언들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부른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뭇잎 등 가을의 서사가 사라져 가지만 그래도 아직 여운처럼 흔적이 남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또 내년이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영어로는 November다. 라틴어 ‘novem’은 9를 뜻한다. November는 자연히 9월이다. 실제 그랬다. 하지만 BC 45년 카이사르가 10달이던 1년을 12달로 만들 때 1, 2월을 끼워 넣으면서 두 달이 밀리는 바람에 11월이 됐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11월을 애써 보듬는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지만 버릴 수도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들겨울달이어서 기온이 많이 떨어진다. 계곡에는 곧 살얼음이 잡힌다. 단풍은 철 만난 듯 내면에 품고 있던 붉은 색을 한껏 자랑한다. 어떻게 저 아름다움을 긴 시간 숨기고 살았나 싶다. 이번 주가 절정이란다. 울긋불긋 차려입은 단풍객들이 전국 단풍 명승지에 넘쳐 난다. 그들도 단풍이 된다.

기업체와 관공서들은 내년 준비로 분주하다. 대부분 이달 중에 내년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점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년으로 넘겨 살고 있는 미래의 달이기도 하다.

“때로는 높이 우뚝 서고/ 때로는 깊이깊이 바다 밑에 잠겨라 (有時高高峰頂立 有時深深海底行)” 모두 내려놓을 준비를 하는 들겨울달 초입에 ‘낮추고 또 낮추라’는 옛 선사의 설법이 단풍 빛깔처럼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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