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방류 개시"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개시된 지 오는 24일로 만 1년이 된다.
초유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지난 1년간 일본 정부가 내 온 '안전하다'는 목소리 아래에서 강행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고 중국과 외교적 갈등으로 인한 일본 수산물 업계 충격도 복구되지 않는 가운데, 오염수 방류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에서 크고 작은 '안전 불감증' 사건까지 잇따르면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 방류 1년인데…'핵연료 잔해 제거' 실패로 종료 전망은 깜깜 일본은 인접국들의 우려와 바다 생태계 등 환경 영향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24일 오후 1시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했다.
지난달까지 7차에 걸쳐 오염수 총 5만5천t가량을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바닷물로 희석해 내보냈고 이달 7일부터 다시 8차 방류 중이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8차 방류에서 총 7천800t이 추가로 바다에 버려진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지는 전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1일 현재 탱크에 보관돼있는 오염수만 무려 131만여t에 달한다.
무엇보다 원전 사고로 원자로에 쌓여있는 핵연료 잔해(데브리) 처리에 전혀 진전이 없다.
핵연료 잔해는 냉각수와 함께 원자로 시설 안으로 유입되는 지하수, 빗물과 접촉하면서 계속 오염수를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 핵연료 잔해 처리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의 추가 발생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방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애초 2021년부터 핵연료 잔해 반출에 나설 계획이었다.
고준위 방사성을 뿜어내는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해 로봇 팔을 개발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원자로 내 구조물이 예상치 못한 퇴적물로 메워져 있는 등 난관을 만나면서 세 차례나 회수 작업 개시를 미뤘다.
도쿄전력은 약 22m 길이의 신축형 파이프 장치를 새로 개발, 원자로 2호기에서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에 착수해 약 2주간에 걸쳐 3g 미만의 분량을 시험 채취할 예정이다.
파이프 끝에 부착한 손톱 형태의 장치를 이용해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만큼 회수량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사고 원자로 1∼3호기에는 핵연료 잔해가 약 880t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시험 반출이 성공하더라도 향후 폐로까지 작업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2051년께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핵연료 반출 작업이 지연되면 이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물론 현재 추진 중인 회수 방법이 성공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 1년 지나도 논란 여전…中 수산물 수입금지에 日수산업게 타격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개시 후 인근 수역의 바닷물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삼중수소 등을 분석, 발표해왔다.
그동안 검사 결과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분석된 적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검증작업에 참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몇차례 보고서를 내고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한 '오염수'를 앞으로도 수십년간 방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해양 방류 중단을 요구해온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와 원자력자료정보실, 후쿠시마현평화포럼 등 일본의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1일 도쿄에서 다시 모임을 열고 추가 반대 서명 전달 등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 3개 단체는 이미 지난 4월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18만명분의 서명을 모아 일본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일본은 "안전하다"고 거듭 외치고 있지만, 오염수 방류 이후 '핵오염수'라는 용어를 쓰면서 비판해온 중국은 여전히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원전 주변 해수와 방류 전 오염수에 대해 독자적 시료 채취를 요구하면서 일본 측 분석 결과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까지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입시장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 수산업계의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대표 수출 수산물인 가리비의 경우 미국의 지원을 받아 수출 다변화 등 정책을 추진했지만, 수출 통계를 보면 중국발 금수 조치의 만만치 않은 여파가 드러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리비 수출액은 241억엔(약 2천2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7%나 감소했다.
◇ 불신의 도쿄전력…기본 안 지켜 '안전 불감증' 사고 잇따라
방류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의 치밀하지 못한 대응이나 사고 수습 능력도 불안감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남아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2014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를 장기간 공표하지 않아 불리한 사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을 샀으며, 2021년에는 후쿠시마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고장 난 지진계를 방치한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다.
방류 이후에도 지난 1년간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 각종 사건·사고가 잇달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전력 하청업체 직원들이 ALPS 배관을 청소하던 중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액체를 뒤집어쓰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2명은 방호 장비조차 착용하지 않아 몸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액체가 묻어 입원해 치료받고는 퇴원했다.
도쿄전력은 또 사고 당일 분출된 액체량을 '100㎖ 정도'로 발표했다가 닷새 후 수십 배인 '수 L(리터) 정도'로 정정하는 등 정보 공개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같은 해 12월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폐로 작업에 참여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방사성 물질에 안면 부위가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에는 실수로 밸브를 열어두고 오염수 정화 장치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오염수 1.5t이 토양에 스며들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도쿄전력에 대한 엄격한 지도를 내각에 지시하기도 했다.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도 당시 "안전 확보 관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안이었다"고 사과했을 정도로 중한 사안이었다.
도쿄전력은 특히 방류 1년이 다 돼서야 해양 방류 전 측정 대상 방사성 물질에 카드뮴 동위원소인 '카드뮴(Cd)-113m'을 추가하기도 했다.
카드뮴-113m은 인체에 축적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인 카드뮴의 동위원소로 반감기는 약 15년이다.
도쿄전력은 이 물질이 측정 대상에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지만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어서 확인해왔다며, 방류 전 오염수를 처리하는 ALPS를 통해 제거되는 만큼 환경이나 건강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