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FC서울 감독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런 압박감을 선수들이 다 이겨내야 우승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우승권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지 못한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은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북 현대와 0-0으로 비겼다.
시즌 초 발걸음이 더뎠던 서울은 여름 들어 경기력이 확 살아났다.
골키퍼 강현무부터 풀백 최준, 미드필더 이승모, 2선의 제시 린가드를 거쳐 최전방의 일류첸코까지, 전열의 대부분 선수가 제 역할 이상을 해주고 있다.
직전 라운드까지 5연승을 달린 서울이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의 서울이라면 '대권'까지 노려볼 만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던 터다.
만약 전북을 거꾸러뜨렸다면 우승권의 강원FC(1위), 울산 현대(2위·이상 승점 51)와 격차를 승점 4까지 좁힐 수 있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들어온 김 감독은 여느 때처럼 웃고 있었다. 그러나 '말'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기자분들이 우승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은 이런 압박감을 선수들이 다 이겨내야 한다. 다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야 우승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간 해오던 축구를 오늘 전반전에 50%도 못했다.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A매치 휴식기에 팀을 정비해서,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북의 초반 기세를 잘 누르면 흐름이 서울 쪽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북은 실제로 초반에 활동량에서 서울을 압도했다. 적극적인 압박으로 경기 흐름을 틀어쥐었다.
경기의 양상은 김 감독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서울이 제대로 된 반격에 들어간 건 후반 들어서였다. 균형을 맞추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김 감독은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내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경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전반전에 우리 경기를 못한 게 화가 나고 아쉬웠다"면서 "우리 축구가 나오지 않은 건, 의아할 정도다. 미팅을 통해 왜 그랬는지, 선수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은 이날 무승부로 사상 처음으로 파이널B로의 추락이 확정됐다.
엄혹한 상황이지만, 전북 구단은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해왔기에, 이 시점에 그다지 충격적인 결과는 아니다.
전반기 끝 모를 부진 속에 사령탑이 교체된 전북은 이미 시즌 중반부터 올 시즌의 현실적 목표를 '파이널A 진입'이 아닌 'K리그1 잔류'로 설정해 둔 상태다.
그러나 전북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일 수 있다.
김두현 전북 감독은 "매 경기 자부심을 느끼러 경기장에 오시는데, 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힘든 만큼 고통스럽게 한 경기, 한 경기 준비하고 있다. 응원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우리 선수들 좀 더 힘낼 수 있게 응원해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김 감독은 또 "(승강 플레이오프와 같은) 상황까지 안 가야 한다. 앞으로 바로 다음 경기 하나만 보고 가겠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며 강등권 탈출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