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6 이상 땐 도시 마비…대책 서둘러야
백두산 화산도 폭발 조짐…연구인력 급파

"1~2년 안에 최소한 규모 5.0을 넘는 지진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상의 지진이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상청 고위 관계자) 기상청이 한반도 지진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기상청 고위 관계자가 대지진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 지적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규모 6.0 이상이면 도시기능 마비
기상청 고위 관계자는 18일 "한반도는 10년 주기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며 "1~2년 안에 6.0 이상의 지진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반도에선 1978년 충남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1994년(전남 홍도 4.9)과 2004년(경북 울진 5.2)에서 잇따라 규모 5.0 안팎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지역에서 발생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일본에선 규모 6.0 정도면 대지진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한국 대도시에서 그 정도 지진이면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등 수도권에 규모 6.0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인적 · 물적 피해가 우려된다. 송전선이 끊어지고 송전탑이 파괴될 경우 대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계,"한반도 안전지대 아니다"
학계에선 오래 전부터 한반도 주변의 지각운동이 심상찮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과학과 교수는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한반도는 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지진으로 일본 지각이 이동하면서 한반도 지각도 동쪽으로 25㎝ 움직이는 등 한반도 지각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기상청 관계자도 "한반도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던 역사 기록을 보더라도 대지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강타한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 발생 빈도는 평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한반도의 지진은 총 34차례로 지난해 같은 기간(17회)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중 규모 3 이상의 지진도 6차례에 달했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도 우려
기상청 관계자는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백두산 지질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10년래 백두산 인근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지진에 따른 화산 폭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립환경 과학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백두산 화산폭발 대비 환경영향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이 분화하면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화물이 햇빛을 반사,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 기온이 2개월간 2도가량 하락한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다음달 초 지진연구 인력 3명을 중국 백두산 기상관측소에 급파하기로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 달 동안 백두산 인근 지질 데이터를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 5 이상 강진 1∼5년 사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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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발생 횟수 뿐만 아니라 강도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번 강원도 평창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은 창문이나 정지된 차가 흔들리는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진 발생을 감지할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일본 지진대서 에너지 공급 ?=지질학자들은 지진대에 위치한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이 우리나라 활성 단층에 지진 에너지를 제공,발생 횟수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반도를 지진 안전대로 볼 수 없는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다. 즉 일본 열도를 지나는 환태평양 조산대가 한반도 활성단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특히 과거 지진 기록을 보면 중국과 일본에 큰 지진이 일어난 뒤 1∼5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지 박사에 따르면 1976년 7월 28일 중국 탕산에 규모 7.8의 대지진 발생 2년 뒤인 78년 9월 충북 속리산에서 규모 5.2,한달 뒤 충남 홍성에서 5.0의 강진이 발생했다.
또 95년 일본 고베에서 6.9의 대지진 이후 96년 말 강원도 영월에서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 박사는 "특히 2005년 우리나라와 가까운 위치의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7.0의 지진 이후를 의해야 한다"면서 "과거 관측 기록으로 볼 때 앞으로 수년내에 지진 규모 5.0∼6.0의 강진이 우리나라 내륙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지진의 원인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지구표면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판이 서로 충돌해 지진이 발생한다는 설)과 관련해 최근 판과 판의 경계층뿐 아니라 판내부에서도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돼,판경계층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는 한반도의 강진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불안감 느끼는 4.0 이상 2000년 이후 5년새 11회=한반도에서 한해 일어나는 지진은 2000년대 들어 평균 40차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20차례 정도였던 데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
횟수뿐 아니라 강도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4.0 이상의 지진이 1986∼89년 2회에 그쳤으나 90∼99년 19회로 급증했으며,2000∼2005년에는 11회로 계속 늘고 있다. 또 돌담이 붕되되는 수준의 5.0 이상 지진은 1905년 기상관측 이후 모두 6회 발생했는데,1936년 7월 지리산 쌍계사 부근에서 처음 관측된 다음 5회 모두 78년 이후 발생했다.
한편,기상청은 이날 강원도에서 발생한 4.8 지진이 TNT 폭약 약 1만2000∼1만6000t급의 파괴력,즉 소형 핵폭탄 1개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전체로 따지면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연간 수천건 이상 발생한다는 게 지질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