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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나니 선생님은 '불났다'며"… 학교, 재난에 무방비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6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5일 오후 8시33분쯤 
울산 동쪽 52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울산 A고교 학생들은 지난 5일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날 당시 야간 자율학습 중이었다. 학교가 흔들리고 여기저기에 올려져있던 물건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놀라 복도로 뛰쳐나왔다. 교사들은 갑자기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자 "교실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도했다. 일부 교실에서는 "누군가 장난치는 것 같다"며 조용히 자습을 이어갔다. "불이 났다"며 학생들을 급히 운동장으로 대피시키는 교사도 있었다. 

울산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교육 당국과 학교 현장의 안전 대처가 문제되고 있다. 내진 설계가 된 학교 건물 비율이 전국적으로 절반도 안될 뿐더러 교사들의 부적절한 대처도 도마에 오르고있다. 일부 고교에서는 지진때문에 교실밖으로 나온 학생에게 되레 들어가라며 주의를 주거나 불이 났다고 오해하는 등의 소동이 일어났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학교 건물 6만4210개동 중 내진 보강이 필요한 건물은 절반 가량인 3만3060개동에 달했다. 반면 내진 설계가 된 학교는 7924개동밖에 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법이 바뀐 2005년 이후 지어진 학교 건물은 모두 내진 설계가 됐지만 여전히 보강돼야 할 건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내진 설계 지원 요청은 전국 시·도교육청의 오래된 숙원 중 하나였다. 지난 5월 누리과정 문제 해결을 위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만난 자리에서도 내진 설계 지원에 대한 건의가 나왔다. 당시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었던 장 교육감은 "학교 시설 내진 보강 추정액은 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만약 현재 시점에서 시·도교육청 자체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최대 8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추가 예산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에 일괄 지급되는 보통교부금 중에 교육환경개선수요, 지역현안수요 등의 항목을 통해 내진 보강을 하거나 따로 교육감이 사업을 신청한다면 추가 예산 편성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추가로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섬마을 주민에 의한 교원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섬마을 관사에 대한 안전 대비책이 나온 걸 보면 교육부 정책은 항상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닌 것으로 판정난만큼 인명피해가 나기 전에 내진설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재 이뤄지는 지진 안전교육이 좀더 내실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고교의 한 2학년생은 "지진 당시 학생과 선생님들은 지진인지도 모르고 화재나 장난으로 오인했다"며 "규모 5.0 지진의 강도가 어떻게 되고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미리 체험형식으로 학습했더라면 선생님들도 대피를 지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 4,6학년 딸을 둔 울산지역 학부모 정모씨(35)는 "지진이 났을 당시 안전 교육을 받았던 딸들이 나보다 더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씨는 "지진이 난 뒤 언론 기사를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건물 특성 상 일본처럼 책상 밑으로 숨는 대신 넓은 공터로 나와야 한다더라"며 "아이들이 알고 있는 대처 지식이 정확한 게 아닐까봐 더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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