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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禹수석 "공인중개사 통한 정상 거래"라고 했는데… 넥슨, 계약때 중개사 도장 못찍게 했다



2011년 3월 넥슨코리아가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妻家)의 서울 강남역 부동산을 1326억원에 사들일 때 중개업자 없이 당사자 간 거래를 했다고 강남구청에 신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계약 당시 넥슨 측의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나서서 중개업자들이 계약서에 날인(捺印)하는 것을 막았다는 주장을 담은 법원의 조정 조서(調書)도 나왔다.

우 수석은 지난 18일 자신의 처가와 넥슨 간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에 관한 본지 보도(18일자 A1·2면)에 대해 "처가에서 서울 ㅈ(J) 공인중개사사무소에 10억원 가까운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고 정상적으로 매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이 거래의 관할 구청에는 중개업자를 뺀 채 처가와 넥슨 간의 직접 거래로 신고된 것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에도 계약을 중개한 중개인은 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를 구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본지가 입수한 넥슨코리아와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넥슨코리아가 '매수인'으로 표시돼 있고, '매도인'은 우 수석의 장모 김모(76)씨와 우 수석 아내(48)를 비롯한 네 딸로 돼 있다. 넥슨코리아 서민 대표이사가 계약서 맨 뒷장에 인감도장을 날인했고, 우 수석 장모 김씨와 딸 네 명도 차례로 날인했다. 당초 4개 필지로 나뉘어 있던 해당 부동산 3371.8㎡(약 1020평)는 우 수석 장모 김씨와 네 딸 등 5명이 분할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본지가 확보한 법원 조정 조서는 넥슨의 의뢰로 우 수석 처가 땅 거래와 넥슨이 2011년 10월 100억원에 추가로 사들인 인근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하는 중개업자 박모씨가 넥슨을 상대로 "중개 수수료 14억 2500만원을 달라"고 낸 조정 신청의 결과를 담은 것이다. 법원이 박씨에게 1억6000만원을 주라고 했다는 결정 내용과 박씨의 주장 등이 들어 있다.

 

이 조정 조서를 보면 박씨는 "두 건의 거래를 중개했기 때문에 (2011년 3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도 입회(立會)했고 당연히 함께 날인을 하려고 했으나 두 번 모두 넥슨이 데리고 온 대형 로펌의 S, E변호사가 '이런 대형 부동산 매매에는 중개인이 날인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극구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당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내가 중개해서 매매하는 것은 명백하므로 구태여 도장을 찍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며 "계약 체결을 막 앞둔 시점이어서 계속 이의를 제기해 분위기를 흐릴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박씨는 또 "대형 로펌 변호사가 두 번째 부동산(우 수석 처가 땅과 인접한 100억원 땅) 계약 때는 (넥슨 쪽 중개인인) 나뿐 아니라 상대방 매도인의 중개인까지 계약서에 날인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30분간 매도인 쪽 중개인과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도 했다.

우 수석의 처가 쪽 의뢰를 받아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9억8000만원을 받았다는 J중개업체 대표도 계약서에 날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넥슨 쪽 변호사들 요청에 따라 (중개업자가 빠지고 매도인과 매수인만 있는) 당사자 거래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넥슨코리아와 우 수석 처가 측이 중개업자들을 굳이 계약서에서 빼려고 한 것에 대해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토지·빌딩 거래를 주로 하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 중개회사 관계자는 "중개업자가 거래할 때 참여하는 것은 계약 위반 등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증(公證)을 받아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상대적으로 소액인 전세나 월세 거래를 할 때도 중개인을 끼우는데 1300억원 넘는 대형 거래를 거래 당사자들끼리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공인중개사를 일부러 배제시키는 경우는 좀체 본 일이 없다"며 "거래 안전성을 담보하고 나중에 계약 내용과 다를 때 중개 잘못에 따른 책임을 물리기 위해서라도 중개인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그는 또 "중개인이 있는데도 굳이 당사자 간 거래 형식으로 신고를 했다면 계약 내용과 관련해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수백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준 거래라면 몰라도 10억원 가까운 수수료를 줬다면서 중개인을 빼고 당사자 거래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혹시 거래 상대방 양측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실거래 가격보다 낮은 액수를 기재하는 '다운계약서'를 쓴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통상 부동산 다운계약서는 부동산을 파는 쪽은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고, 사는 쪽은 취득·등록세를 줄이기 위해서 쓴다. 양도세의 세율이 취득·등록세보다 높기 때문에 매도인 쪽이 상대적으로 더 이득이 크다.

이에 대해 넥슨코리아 측은 "대형 매매 거래에는 중개인이 날인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중개인을 제외시켰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E변호사는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우리가 작성했기 때문에 중개인 날인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계약 금액을 속여 다운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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