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방송)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9월 19일, 1951년 2월 육군직할 결사유격대 13연대 소속으로 6 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故 한진홍 일병(1930년생)의 아들 한윤식(68세, 경남 합천군)씨의 자택 인근 마을회관을 방문해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장관 위로패, 유해수습시 관을 덮었던 태극기, 발굴 유품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고인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국유단 단장, 책임지역 부대장(39사단 119연대장, 대대장), 합천 부군수, 지역 면장, 보훈단체, 마을주민, 유가족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6 25전사자 신원확인은 2000년 유해발굴 첫 삽을 뜬 이후 122번째이며, 국유단 창설 이후 결사유격대로 참전한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 된 것은 처음이다.
故 한진홍 일병은 1930년 경북 경주시 산내면 의곡리에서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형제들은 故 한 일병을 얼굴이 반듯하고 성격이 호탕하며, 노래도 잘 부르는 형님, 오빠로 기억하고 있다. 故 한 일병은 1950년 3월 결혼 후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던 중, 1951년 1월경 21세의 젊은 나이에 경주 본적지 마을에서 친구들과 함께 징집되어 육군 직할부대 결사유격대에 입대한 것으로 확인 되었다.
故 한 일병은 6 25전쟁 기간인 1951년 1월에 육군 정보학교 입소 후 육군직할 결사유격대 13연대로 배치되었다. 1951년 2월 초 북한군 후방지역으로 침투하기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으나 폭풍우로 2일간 대기한 뒤 상륙 작전용 함정을 이용하여 강원 삼척 묵호항에 도착했다. 결사유격대 대원들은 최종 목표인 강원도 어은산을 향해 침투하던 중 북한군이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 정선군과 양양군을 피해 중간지역인 인제군 쪽으로 침투했다. 故 한 일병은 1951년 2월 15일 인제군 설악산 저항령 일대에서 야간에 주로 활동하면서 빨치산을 공격하던 중 적의 총탄에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故 한 일병의 유해는 2016년 11월 8일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저항령에서 수습되었으며 만년필, 안경, 구두 주걱이 달린 열쇠고리, 단추, 탄피 등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故 한 일병의 유해를 찾은 기막힌 사연도 화제다. 국유단 조사과에서 근무하는 서일권 탐사관(38세)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받아 유해소재 조사·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2016년 10월 탐사 예정 지역이 설악산 저항령 이었다. 10월 중순 설악산에 눈이 내린다는 뉴스를 들은 서 탐사관은 습관적으로 저항령 날씨와 지형을 검색했다. 한 등산객이 백두대간 종주 중 저항령 정상부 너덜지대에서 배탈로 용변을 보다 지표에 노출된 유해를 목격했다는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 글을 서 탐사관이 확인한 것이다. 서 탐사관은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목격자의 연락처를 확보한 끝에 게시된 글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목격자의 증언(구체적 위치, 유해 노출 상태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유단은 곧바로 현장탐사를 실시하고 암석 위에 노출된 머리뼈를 확인 후 암석틈 사이에서 팔뼈와 다리뼈 등을 수습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조사·탐사, 목격자 증언이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채취 참여 중요성도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신원확인이 신속하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故 한진홍 일병의 아들 한윤식(68세)씨가 2014년 11월 경남 합천군 보건소에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두었기 때문이다. 국유단은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법의인류학적 감식 및 이미 확보되어 있는 유가족들의 유전자(DNA) 비교·분석을 통해 친족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돌입했고, 2014년 한윤식씨의 유전자와 2016년 11월 8일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가 부자 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올해 5월부터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추가로 채취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동일 부자-형제-남매-손자(녀) 관계로 확인된 감정 결과를 받게 되었다.
이번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 참석한 전사자의 아들 한윤식(68세)씨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육군본부 등 전국 각지를 돌아 다니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니는 홀로 저를 어렵게 키우시다가 1973년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이제라도 아버님의 유해를 찾아서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고, 국방부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故 한 일병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추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122명의 호국용사의 경우 유품(인식표, 도장, 명찰, 사진 등)과 유가족의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족관계 확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 시료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3만 9천여 명으로 6 25전쟁 이후 미 수습된 유해 13만 3천여 위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며, 6 25전쟁 세대와 유가족의 고령화 및 국토개발에 따른 지형변화 등도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대령 이학기)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대한민국을 목숨바쳐 지켜낸 호국의 영웅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이행하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계신 전사자 분들이 아직도 12만 3천여 위나 계신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